출처: 인생스토리
이 분은 『순이삼촌』을 통해 제주4·3사건을 알린 현기영 작가입니다.
작가님은 책을 출간하고나서 1979년 10월, 보안사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당시에 제주4·3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자는 반공법, 국가보안법으로 끌려갔기 때문입니다.
그후 1980년부터 14년간 『순이삼촌』은 불온서적으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
제주공항 활주로에는 60구에 이르는 유해가 발굴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찾아내지 못 했을 희생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보낼 수 있길 바라며
현기영 작가의 배우자 양정자 시인이 남편이 끌려간 당시에 쓴 <아빠의 의미> 전문을 함께 올립니다.
아빠의 의미
1979년 10월, 막내 너 막 나았을 그 때, 네 아빠도 첫 출산하듯
제주 4.3 첫 소설집 「순이 삼촌」발간하고
보안사에 끌려가 거의 죽을 만큼 매 맞고 있었을 때
직장 다니는 딸 대신 집안일을 돌봐주시던 내 친정어머님
쌍둥이 낳은 올케 돌보러 아들집에 가신 후 산후 이 엄마에게는
네 형, 누나, 갓난아기 너까지, 돌봐야할 아이들만 셋
태열 심했던 갓난아기 너는
석 달 밤낮을 완전히 바꿔 밤새도록 울고
옆에는 산모 돌볼 아무도 없고
네 아빠마저 끌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소식 없어
산후 심한 불면증에, 깊은 우울증에 빠져버린 네 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뼛속까지 춥고 외로웠던 그 때
한 달이 지났을까, 매 맞은 자국이 아직 덜 가신 네 아빠
시푸르뎅뎅한, 아직 성치 않은 아픈 몸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그가 제일 먼저 말없이 한 일은 연통을 사다가 추운 방에
연탄난로를 놔주고 창문마다 문풍지를 붙여준 일
내 평생 네 아빠가 해준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
네 아빠가 돌아온 것만으로 그때 썰렁했던 집안 전체가
무쇠 연탄난로 피운 것처럼 가득차고 따뜻했단다
출처: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 양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