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몸값과 쓰린 현실 얼마전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100만권 상당의 전자책(ebook)을 해킹당했다. 해커는 알라진측에 100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약 35억 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딘은 “무단 배포된 불법 e북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고 e북의 불법 배포와 다운로드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는데 출판사와 저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구제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전자책이 유통되기 시작한지도 20년이 넘었다. 전자책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유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100만권이라니 엄청난 규모다. 그런데 산수를 해보면 권당 3,500원꼴로 해커가 비트코인을 요구했다는데 쓴 웃음이 나온다. 책의 정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더구나 알라딘같은 거대 서점에 겨우 3,500원이라니... 범죄치곤 참 가볍다. 해커는 은행털듯 털고 나머지 피해본 출판사와 저자에 대한 계산은 그들에게 없었다. 이 불법복제 전자책이 만약 온라인상에 불법유통되기라도 한다면 이번 사태는 큰 파장을 낳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출판사도 알라딘에서 3종의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1년 가야 몇 권 안팔리는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사태에 큰 충격을 못느낀다. "책도 사서 돌려보고 도서관서 대출해서 보는데 전자책 돌아다니는게 뭔 대수냐?"라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게 짜증난다. 아직 조직적인 대응이 없어서 한 다리 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무래기 근성인지 아니면 될대로 되라는 무관심인지 아직 스스로의 관점을 표출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 개인정보가 해킹되면 득달같이 달려들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물론 자신들의 정보가 새어나간게 아니지만 같은 해킹에 반응이 상반된다. 차라리 공짜로 책을 다운받을 기회가 생겨 좋다고라도 얘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1년 간 책 한 권을 안읽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그깟 전자책 공짜로 유통되는게 관심없는게 아닐까? 책도 소비재인긴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지식과 문화의 전달 매체로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나 해커마저 겨우 3,500원으로 밀당을 하는 책의 신세가 참 가련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역의 이 조그만 출판사도 불쌍하다. 이 어이없는 상황의 돌파구는 책 읽는 문화와 그에 상응한 책의 가치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