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불편한 진실
  • 관리자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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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는 그렇지만 대체로 출판기념회하면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출정식을 갖는 동시에 정치후원금을 모집하기 위한 행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많은 게 아니라 아예 정치인들의 수금처로 변질되어버렸다. 실제 출판기념회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등단작가와 같은 문학 작가보다는 기업인 또는 정치인들의 에세이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 순수문학 작가들은 이제 출판기념회라는 형식 보다는 북토크 쪽으로 대거 이동하였다.

왜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가지는가 하면 정치자금법상 출판위원회 활동은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에 제한이 없고 내역 공개나 과세 의무도 없는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정치인 입장에선 이런 이유로 출판위원회가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게다가 출판기념회를 주최한 정치인은 저명한 인사들을 참석시켜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대중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그야말로 잃을 게 없는 장사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후원금은 모금 한도가 없고 내역을 공개하거나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편법으로 정치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연간 한도가 기본 1억 5천만 원인 정치후원금은 선관위에 내역을 신고해야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경조사로 분류돼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선거일 전 90일부터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어 마땅한 규제도 힘든 상황이다. 선관위는 의원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는 한 더 손쓸 방법이 없다"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이권이 얽혀있는 지지자가 잘 봐주십사 하는 마음에 후원을 명목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정치인에게 전달할 경우, 경조사비로 분류되어 정확히 얼마를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신고할 의무가 없는데, 이것이 향후 개발권이나 사업권을 염두에 두고 전달될 경우 명백한 향응 접대, 즉 뇌물이 되는데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판기념회니만큼, 거액의 돈을 기탁한 후원자가 책 구매비로 전달한 것이라고 잡아떼면 달리 더 캐물을 방법도 없고, 그 많은 책을 어디다 썼냐고 물으면 주변에 나눠줬다고 하면 된다. 이렇게 깔끔하고 샤프한 방식이 없다.

특히 총선 지선 등 각종 선거철만 앞두면 갑자기 없던 창작열이 어디서 생겼는지 수많은 정치인들이 우후죽순으로 출판을 한다. 보도자료를 뿌리고 지역구 동네에 현수막까지 걸면서 홍보하지만, 막상 가보면 책을 파는 매대가 큼지막하게 있고, 방문객들은 순수 독자보다는 정당인 또는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통 식순은 유력한 지인들의 추천사, 그리고 저자의 소회 등을 밝히는 정도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그냥 다가올 선거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결기대회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선거철이 끝나면 귀신같이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사그라든다.

이 시기는 대필작가들의 호황기이기도 한데, 바쁜 스케줄을 살아가는 정치인들이 한가하게 원고지에 글이나 쓸 일은 없으니, 대체로 대필작가를 섭외해서 집필을 일임하기 때문이다. 대필작가 인력풀을 보면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대상 원고를 전문적으로 써주는 분야도 있다. 게다가 기존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계 입문을 꿈꾸는 공직자, 기업가 등의 개인도 이 시기가 되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이 대목에 한철장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출처: 나무위키>